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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06

부모님의 앨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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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앨범에서...

 

어제 짐을 정리하다가 우리 부모님의 사진 앨범을 보게 됐다. 희한하게도 난 이 앨범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집사람이 이 앨범을 챙겨놓은 것이다.

 

어제 두툼한 앨범을 들추며 수많은, 아름다운 추억들을 돌이켰다. 오늘 42명이 등록된 "친지모임"이란 내 가까운 종친의 카톡방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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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 어제의 사진에 이어서 또 다른 사진 하나를 소개하는데, 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명옥이.

 

명옥-960.jpg

우리 막내, 박명옥. 태깅한 조카사위와 조카가 이 사진을 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조민 원윤정

 

이 사진도 어제 부모님의 앨범에서 발견했는데, 이 사진을 보면서 새삼 '아, 내 동생이 무지 미인이었구나. 얼굴을 보니까 요즘 아이돌 타입이구만...'하는 생각을 했어.^^

 

이 동생이 노래를 무지하게 좋아하고, 꽤 잘 불렀는데 특히 가수 전유나의 노래를 부를 때 그 노래 실력에 놀란 일이 있음. 전유나의 노래 "너를 사랑하고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wTe1ljdLt1E

 

그 앨범엔 내 사진과 동생(순관)의 사진도 함께 들어있었는데 둘 다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으로 골라서 담아놓으셨더라고... 찬근이(동생의 아이)와 현근이를 동생과 내가 안고 있는 사진이 좋으셨던 모양.

 

순관-Newly-Scanned-960.jpg

내 동생, 박순관(도예가)이 안고 있는 아가는 1981생.

 

위의 사진을 보면 현근이가 세네 살 되는 것 같은데(유아원 다닐 시절이니) 이 84년생 아이는 이미 여중생, 초등생의 아빠가 되었지.

 

순백-Newly-Scanned-960.jpg

84생 아이를 안고 있는 나. 결국 이 때가 나의 리즈 시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함.^^ 필름 카메라 시절에 집사람(고성애)이 니콘 F3로 이렇게 찍어줬다. 역광에서 이 만큼 찍은 걸 보면 그 여자는 예전에도 사진 좀 찍었네.^^

 

그리고 우리 남매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또 하나의 사진을 부모님의 앨범에서 발견했어요. 내 큰 형, 순문. 아마도 이 형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 친지모임 게시판에 많지 않으리라 생각해. 순열 누님 등 몇 분과 우리 남매들만 기억하겠지.

 

순문형-960.jpg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경동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내 형, 순문. 3학년을 마친 그 해 겨울에 불의의 사고(아이스 스케이팅 중)로 세상을 떠났다. 나중에 형의 절친 중 하나가 졸업앨범을 들고 우리집을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 앨범을 받아들고 펑펑 우셨다.ㅜ.ㅜ

 

순문 형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말 쯤에 아이스 스케이팅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먼저 떠났지. 이 형이 당시 사고뭉치인 내겐 꽤 무서운 형이었지만 동생 둘에게는 아주 다정한 큰 형, 큰 오빠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

 

특히 우리 막내인 명옥을 아주 아껴주었는데, 형이 간 후에 장남이 된 내가 막내를 먼저 간 형처럼 챙겨주지 못 한 걸 지금까지 후회하며 사는 중임.^^;

 

내가 초등 6학년일 때 순문 형은 경동고등학교 3학년. 자식이 먼저 떠나면 부모는 그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이 순문형의 사진을 우리도 모르게 본인들의 앨범 한 귀퉁이에 우리 세 남매의 사진들과 함께 꽂아놓으셨더라고...

 

부모님 생전에 우리 남은 삼남매는 이 순문형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게 금기사항인 것처럼 지내고, 부모님을 떠나보냈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그럴 게 뭐 있었나 싶기도 해. 우리 부모님이 꽤 자랑스러워한 장남인데, 그 장남을 잃은 걸 나라도 위로해 드렸어야 했는데... 난 사실 죽은 후를 믿지 않는, 종교적으로 말하면 비신자인데, 이런 경우엔 가신 분들이 서로 만나 살아생전의 회포를 푸는 재회의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됨. 

 

약간 어두운 얘기를 한 것 같아서 마음에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오래 살다보니 이런 느낌도 있다는 것.^^ 이해해 주길 바라."

성애-노천극장-960.jpg

나도 챙기지 못 한 우리 부모님의 앨범을 잘 챙겨준 내 집사람, 고성애. 우리가 함께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현재는 사라진(앰피씨어터는 사라지고 주차장이 됨.) 경희대 노천극장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때처럼 집사람이 무한건강해 지면 좋겠다.^^ 당시엔 함께 저 아래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곤 했었다.

Spark-Tennis-960.jpg

이 사진도 집사람이 내가 집 부근의 테니스장에서 운동할 때 찍어준 것. 나름 필름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다. 몸 부근으로 날아든 테니스 볼도 잘 보이고, 거기 시선을 고정한 내 모습도 잘 잡혔고... 당시엔 내가 야마하 컴퍼짓(Yamaha Composite II), 메탈+파이버글라스 라켓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버사이즈드 라켓이 보편화되기 이전의 레거시 던롭(legacy Dunlop) 라켓 스타일의 소재만 현대화된 라켓이 사용되던 시절.

 

c_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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