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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에게 건너뛴 기타 - 54년전에 구입한 (이젠) 빈티지 기타 그레꼬(Gr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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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예린이가 연락을 해서 기타가 필요하단다.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아무래도 기타를 사야할 것 같다고 아빠에게 말하니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린 기타를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하랬단다. 

 

애들이 어릴 때 두 대의 기타를 가져다 줬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배우라고... 당시에 자기네 아파트 주변에서 기타학원을 찾았는데 그게 너무 멀어서 갈 수 없었단다. 기타 학원은 규모가 작아서 애들을 차로 실어나르는 학원들과는 다른 모양이다. 그렇다고 출장 지도로 개인교습을 받기엔 가격이 상당해서 그러지 못 했다고... 그리고 아이들이 치기엔 내가 준 기타들이 성인용이라서 너무 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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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가 아역으로 출연한 영화 “왕을 찾아서”는 현재 최종 CG 작업의 마지막 단계라고 한다. 곧 개봉할 것이다. 이 사진은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탈주”의 주인공인 구교환 배우(맨 왼쪽, “왕을 찾아서”에서도 주연)와 “왕을 찾아서”의 여주인공 서현(전 소녀시대) 배우,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영화 “탈주”의 공동 주연 이제훈 씨. 탈주의 시사회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영화 “승리호”에서의 앳된 모습은 사라진 163cm의 초딩.

 

그래서 오늘 그 두 기타 중 하나인 그레꼬(Greco)를 가져다 주기로 했다.(다른 하나는 오베이션 아다마스 기타이다. 아다마스 중에서도 이젠 명품 반열에 오른 그 기타의 30주년 기념작이다. 이건 나중에 필요하게 되면 그 때 주려고 한다.) 그레꼬는 1970년대의 한국적인 포크가 태동하던 시절에 구입한, 이젠 확실히 빈티지가 된 기타이다. 일본의 기타 장인이 만든 수제 기타로서 그 생김은 미국제 깁슨(Gibson) 기타의 한 모델을 닮았다. 당시에 일반 성인용 기타는 3,000원에서 4,000원 정도 했다. 근데 이건 일반 기타와는 좀 다른 프로페셔널한 제품이다. 당시에 내가 다닌 사립대학교 등록금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을 주고 산 것이다. 내가 젊은 시절에 워낙 많이 쳐서 흑단의 지판을 교체해야했을 정도이다. 당시 종로 낙원상가의 한 기타점에서 수리했다. 원래와 같은 흑단으로 교체하려 하니 도저히 학생 주머니 털어서는 힘든 정도의 가격을 불러서 그 다음 레벨의 아프리카산 홍단으로 교체했었다.(이 red wood도 꽤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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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스타일의 어쿠스틱 기타 그레꼬(Greco)이다.

 

예린이가 왜 기타를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못 물어봤다. 새로 찍을 영화를 위해서일 거라는 막연한 추측이다. 그렇다고 얘가 종목(?)을 바꿔서 영화에서 노래하는 아이돌(idol) 쪽으로 진출하려는 건 아닐 것 같고...(애가 이미 영화 일을 좋아한다. 초딩 아이가 계속 그 일을 하고 싶다는 얘기도 2년전에 했을 정도로... 물론 아이들의 꿈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장담은 못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렇다.)

 

웃기는 건 기타의 하드 케이스에 있던 손잡이가 어디론가 사라져서 김치냉장고 딤채를 샀을 때 딸려온 김치통의 흰색 손잡이를 그 하드 케이스에 달아줬다는 것이다.^^ "dimchae"라고 손잡이에 쓰여있다.ㅋ 또한 하드 케이스 아래 기타 넥(neck)을 받쳐주는 지지대와 연결된 부분이 들떠서 거기 박힌 못을 빼고, 내부에서 본딩을 한 이후에 케이스 외부에 십자 너트를 아래 위로 네 개 박아줬다. 티는 나지만 쓰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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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 케이스라 그것도 검정색이었는데... 지난 50년간 어느 세월에 그게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씩은 케이스를 열어서 기타의 상태를 살펴봐 왔는데...(아니면 건조에 건조를 거듭하다가 나무가 갈라지는 수도 있다. 습기가 안 맞는다든가 햇볕 드는 데 뒀든가 하면...) 그래서 손잡이를 구해야 했는데,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게 딤채 김치냉장고에 따라온 김치통의 손잡이였다. 그걸 가져다 끼웠다. 처음엔 너무 빡빡해서 안 들어갔는데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서 약간 늘린 후에 끼웠다. 아주 잘 맞는다. 검정 하드 케이스에 흰색이라 매우 튄다. 하지만 잘 보니 그런 대로 멋이 있다. 누가 그 손잡이에 새겨진 dimchae란 단어만 읽어보지 않는다면...ㅋ

 

대를 이어 기타를 사용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는 한데 2대를 건너서 사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내가 한 때 열심히 치던 기타를 손녀애가 치게 되다니... 감개무량한 일이다.

 

* 나중에 예린이에게 물었다. 왜 기타를 배우려는 거냐고 그랬더니 자기 스스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그래서 리듬만 쳐서 반주만 하는 걸 배우면 안 되고, 멜로디 연주도 할 수 있도록 배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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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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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꼬의 피크가드(pickguard / pick protector)는 깁슨 사의 유명한 허밍버드(Hummingburd Pickguard)를 닮아있다. 이 기타 그레꼬가 깁슨의 레플리카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허밍버드 그림은 없고, 전체적인 모양도 살짝 변형시켰다. 허밍버드보다 좀 더 아름다운 선으로 변형되어 있다.(허밍버드 피크 가드의 모양은 댓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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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통이 상당히 크다. 당연히 울림이 좋다. 깁슨의 예쁜 쇳소리가 난다. 그런 강한 소리는 장점이 있다. 평소엔 그냥 좋다 싶은 소린데, 마이크 앞에 서면 그리고 빨려들어가는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 매우 선명한 소리가 녹음된다. 그렇지 않은 일반 기타들은 평소엔 좋은 것 같다가도 녹음 결과를 보면 붕붕대는 느낌이 나고, 소리의 명료함이 죽어있다. 괜히 프로용 기타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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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칸다 쇼카이 사(Kanda Shokai Corporation / 神田商会)의 수제 기타 장인이 만든 깁슨 레플리카의 어쿠스틱 기타, 그레꼬. 일본의 장인들이 원래 그렇듯이 복제를 하면서 원판보다 더 세심하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예술적으로 잘 만들었다. 그레꼬는 소위 소송(lawsuit) 이전 시대의 기타이다.(이 소송이란 단어는 당시 일본의 복제에 열받은 깁슨, 펜더, 마틴 등의 미국회사들이 복제 기타 회사 전부를 고소하고 소송에 들어갔던 일 때문이다. 그래서 80년대 초반부터는 디자인을 복제하고 자신의 로고를 넣는 소위 라이선스 기타들이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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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의 기타엔 이런 커버가 대부분 없었는데, 이건 프로용이라고 이런 부속까지 사용했다. 손잡이가 크롬 도금이 된 알루미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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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기타 넥을 걸쳐놓는 지지대가 있는 기타 케이스의 바깥 부위이다. 거길 못으로 고정했는데 이게 오래되니 빠지려고 해서 그 자리에 십자 너트를 박았다. 물론 반대편에도 똑같은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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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achine surrounds hate, and forces it to surrender. 사진 속 벤조를 둘러싼 한 문장이다. “이 기계는 증오를 둘러싸고, 그게 손들도록 밀어부칩니다.”란 얘기. 대개 기타 회사의 레이블이 붙어있는 자리인데 이 기타엔 특이하게도 이런 사진을 붙여놨다. 흑백 사진이라서 50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전혀 바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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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깁슨(Gibson)의 오픈북 헤드(open book headstock)를 가진 그레꼬.(기타 머리가 책을 펼친 것 같다고 하여 오픈북 헤드로 불린다.) 이젠 진짜 빈티지가 되어 버린 기타이다. 물론 현재 사용에 별 지장이 없다. 넥이 휜다든가 하는 문제도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기타는 수리하면 된다. 잘 만든 기타는 대를 물려 쓸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프로페셔널용의 기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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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시사회에 가서 주연배우들 2명과 서현 배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모두 예린이를 아껴주시는 선배 배우님들.(예린이가 이들에 관해 호칭을 할 때는 이름 뒤에 “배우님”이라고 꼭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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