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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가 종막을 고하다!

 

어제밤 한 사람이 돌아갔다. 그가 처음 떠나 온 곳으로...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나대지 않는 그는 자신을 “뒷것”으로 표현한 겸손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배기음이 시끄러운 2인승 차의 부메스터(Burmester) 오디오에서 그의 노래 “봉우리”가 흘러나왔다. 낮게 속삭이듯 시작하는, 저음이지만 살짝 가벼운 목소리로 낭독하는 느낌이 드는 독백이었다. 친구를 옆에 두고 말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조수석에 탄 스키 후배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형님!!! 형도 이 노래 좋아해요? 난 정말 오래전부터 이 노래를 들어왔는데, 다른 사람은 이 노래를 안 듣는 줄 알았어요. 이 노래를 내 앞에서 듣고 있는 첫 사람이 형이에요.” 그가 감격해서 말했다.

 

‘아니 이 놈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김민기 노래 안 듣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요즘 아이돌 좋아하는 MZ세대나 안 듣겠지. 그리고 봉우리야 김민기의 대표작 중 하나인데 그 사람 좋아하는 이들은 그거 다 듣겠지 안 들을 리가 있나?’ 난 아무 대답도 않고 단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군사정권의 폭압 아래 살던 모든 한국인들에게 큰 위안을 준 사람이다. 저항의 시대에 총칼을 든 저항보다 더 은근하고도 끈기있는 저항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는 “아침이슬”처럼 뛰어난 시적 감각으로 쓴, 큰 울림을 준 가사와 낮은 톤으로 시작해서 갈수록 상승하는 state of mind를 만들고, 끝에 이르러 모두의 가슴이 벅차 눈물이 터져나올 듯한 상태에 이르게 하는 곡을 썼다. 이 명곡은 crystal-clear한 양희은의 음성을 타고 전국으로 번져갔다. 정작 이들 노래가 실린 음반은 군사정권에 의해 금세 판매금지가 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때 양희은이 토로했다. “처음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별 생각 없었다. 그런데, 시위 현장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지는 걸 들으며 등골이 오싹했다. ‘아 이젠 이 노래가 내 노래가 아니구나, 내 손을 떠났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랬다. 그 노래는 이미 작곡가 김민기나 가수 양희은의 노래가 아니라 독재에 대한 항거에서 모두에게 용기를 준 노래, 국민저항가가 되어 있었다. 독재자의 가슴에 시퍼런 칼날이 되어 들이박힌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기도 했다. 뒷것을 다룬 특집방송에서 작곡가 본인도 말했다. 이한렬 열사를 위한 대규모 추모집회에 갔을 때 울려퍼지는 아침이슬을 들으며 소름 끼쳤고 그 노래는 이미 그들의 것이라고...

 

오늘 페이스북에서 그의 부고 포스트를 많이 봤다. 연예계의 좋은 소식과 슬픈 소식을 앞장 서서 알려주시는 박성서 선생님의 포스트에 실린 아래의 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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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우리 시대의 희망과 위로, '아침이슬'의 김민기 님을 추모하며...

 

70년대의 상징, 그 전설

 

젊은 시절, 캠퍼스 어느 구석에선가 그의 노래를 숨죽여 불러본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김민기가 '추억'이라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김민기는 '70년대의 역사'일 것이다. 

광주의 경험을 가진 80년대 이후 젊은이들은 '산 자여 따르라'라고 외쳤지만 김민기의 노래는 어디까지나 70년대의 노래다. '나 이제 가노라'라고 읊조리던.

70년대 젊은이들에게 김민기는 '노래하는 이'였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김민기는 극단 '학전'의 대표이자 연극 연출가, 기획자로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70년대 젊은이들에게조차 그의 실체는 가늠이 어렵다. 한동안 '금지'에 묶이고 ‘상징’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구전'의 문화로만 존재해왔고 그래서 그의 존재는 많은 이들에게 '현실'이기 보다 '신화'에 가까웠다. 

자의건 티의건 간에 70년대 문화의 큰 흐름을 주도해온 김민기의 노래 작업들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치열한 기록 중 하나다.

오늘 우리 시대에 던져진 희망과 위로, 김민기 님을 추억합니다.

부디 고통이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박성서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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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산악부 출신의 내 고교 선배 이해동 형님은 아래의 링크를 내게 보내며 김민기를 추모했다.

“아름다운 사람” - https://youtu.be/0wdhFzHa_Zg?si=AKKsMJDnp40UEpfO

 

한 시대가 저물어감을 김민기와의 이별을 통해 실감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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