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짓(gadget)거리와 누전 차단기가 내려간 이유
개짓(gadget)거리와 누전 차단기가 내려간 이유
어젯밤에 거실의 일부 전원이 나갔다. 지니(Genie) TV와 기가 인터넷, 와이파이 단말기, 오디오 시스템 등이 연결된 콘센트엔 작은 LED 시계도 연결되어 있었는데, 시간을 확인하려다가 전원이 나간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현관에 설치된 분전반(分電盤)을 열어보니 거긴 조명, 전열기 등 6개의 자동 전원 차단 스위치가 있었다. 이것은 누전(漏電) 차단기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어디선가 합선이 생기거나 전류가 정해진 회로로 흐르지 않는 누전의 경우 이를 감지하여 전원을 차단하는 장치이다.
어쩌다 이 누전 차단기가 작동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아니라면 다시 내려간 스위치를 올리는 걸로 해결된다. 거기 있는 6개의 스위치 중 마지막 스위치가 내려가 있었다. 그래서 이 스위치를 올리니 다시 전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한 5분 정도 지나면 다시 전원이 꺼진다. 당연히 누전 차단기의 스위치가 내려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두 번을 차단기 스위치를 올려가며 임시 조치를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 후에는 스위치를 올리려고 해도 움직이기는 하지만 On에 정지하지조차 않는다. 뭔가 단단히 고장이 난 것이다.
그래서 벽의 붙박이 콘센트에 연결된 연장형 멀티콘센트에 꽂혀있는 여러 개의 기기들 중 하나가 문제일 거라 생각하고 일단 붙박이 콘센트 두 개에 꽂혀있는 멀티콘센트들을 제거했다.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심야에 관리실에 연락을 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다음 날 이 문제를 처리키로 했다.
그러고 보니 거기 연결된 와이파기 단말기도 죽어있어서 와이파이도 안 된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는 건 그게 LTE로 전환되어 데이터로 인터넷에 연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 방의 PC를 켜니 거긴 당연히 와이파이가 안 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휴대폰의 개인용 핫스팟에 접속하여 PC로 인터넷에 연결했다. 오랜만에 이런 일을 겪으니 물리적인 불편도 있었지만, 일단 심적으로도 불편했다. 관리 기사님을 불러서 어디가 고장났는가를 찾아야하는데, 내 상식으로 해결 안 되는 정도면 기사님이 문제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거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려다보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고, '아 이 문제일 수도!!!'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한 켠에 우리 강아지 오줌 걸레를 빨기 위한 3kg 용량의 미니 세탁기가 있다. 그런데, 콘센트가 반대편 벽에 있기에 연결용 2구 콘센트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콘센트 주위에 물이 튀어 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2구 콘센트에 연결된 미니 세탁기 코드를 빼고 콘센트를 뒤집어 보니 거기서 물이 쏟아져 나온다.-_- 오후에 욕실 청소용 스프레이건(spray gun)을 신나게 쏘아가며 욕실 청소를 했는데, 그게 워낙 고압으로 물이 분사되다 보니 그 콘센트 안으로까지 물이 튀어 들어간 것이었다. 그래서 그 콘센트를 제거한 후에 누전 차단기의 스위치를 올리니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되었다.
그래서 2구 콘센트를 헤어 드라이어로 철저하게 말린 후에 이를 방수 처리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콘센트 전체를 비닐봉지로 감싼 후에 양옆을 마스킹 테이프로 고정하고, 플러그 들어갈 자리를 일부러 뚫지 않은 채로 플러그를 꽂았다. 플러그 들어갈 자리를 둥글게 미리 뚫어놓으면 나중에 그 부위로 물이 튀어들어갈 수도 있으므로 차라리 전원 연결용 접촉핀만 비닐을 뚫고 들어가게 한 것이다. 그 후에 스프레이건으로 물을 뿌려서 시험해 봤는데, 일부러 작정하고 물을 넣으려 하지 않는 한 확실하게 방수가 됨을 알 수 있었다. 속이 후련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걸 바로 해결해야지, 아니면 그게 찝찝하게 머리 한 구석에 남아있게 되기에...
욕실 청소용의 스프레이건은 오픈마켓에서 따로 15,000원 원 정도에 구입한 것인데, 이게 매우 유용하다. 이걸로 물을 쏘면 왠지 수압이 엄청 더 강해진 것처럼 대단한 기세로 물이 분사되기에 욕실 청소는 물론 간단한 손빨래를 할 때도 이를 잘 써먹고 있다. 변기 청소를 할 때도 그렇다. 강아지 오줌 걸레를 주로 빠는 (예전 가격) 4~5만 원대의 미니 세탁기도 나름 쓸 만하다. 이건 원래 속옷, 아기 옷, 혹은 양말 등을 바로바로 세탁해서 쓰라고 만든 제품이라 한다. 지금은 7만 원에 가까운 6만 원대의 신제품이 나온 모양인데, 이걸 1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데 고장도 없다.
이 글의 교훈은 누전 차단기가 내려갔을 때, 합선 등의 문제에서는 누전 차단기를 올려도 스위치가 바로바로 떨어지지만 콘센트에 물이 들어가서 생긴 누전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스위치를 올리면 잠시 괜찮다가 다시 스위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혹시 화장실에서 전원 연결용 멀티 콘센트를 써야하는 경우에는 사진에서처럼 비닐 봉지로 방수 처리를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단 한 분에게라도 문제 진단 시에 도움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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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페이스북에서 걱정하는 분들의 댓글을 보고 내린 결론은 “커버 달린 방수 콘센트를 구입해서 교체하는 것.“^^
- 사고를 냈던 2구 콘센트를 비닐 봉지를 덮어씌워 방수 처리를 했다. 양쪽에 실리콘을 바르고, 거길 마스킹 테이프로 감아 고정했다. 그야말로 물이 샐 틈이 없다. 오른쪽 구멍은 거길 둥글게 오려내지 않고, 평평한 비닐 상태에서 플러그를 밀어 넣은 것이다. 물론 플러그와 비닐 사이에 동그랗게 실리콘을 발라 그 틈으로도 물이 안 들어 가게 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일부러 스프레이건으로 물을 뿌려 시험한 후에 찍은 것이다. 평소엔 여기 물이 튈 일이 거의 없는 곳이다.
- 우리 강아지 줄리의 오줌 걸레를 세탁하기 위한 3kg 용량의 미니 세탁기
- 고압 스프레이건(구입 후 개인이 설치해야 한다.)
- 이런 식으로 반대편으로 연결된 2구 콘센트
- 스프레이 건은 개인이 이렇게 온수 혹은 냉수관에 연결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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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소 뒷걸음치다 쥐잡는 식으로 문제를 발견한 겁니다.^^ 근데 페이스북의 같은 글에 많은 분들이 화장실처럼 습기가 많은 곳에서의 감전 사고는 다른 곳에서 당하는 감전과 달리 충격이 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더욱 경각심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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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비닐로 싸는 건 정답이 아닙니다. 이건 문과 방식 해결법입니다. -_-;
일단 콘센트를 물이 닿지 않는 데로 옮겨야 합니다. 꼭 물이 닿는 데 두겠다면(가정에서는 전혀 그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전체가 방수 되어야지, 플러그로 비닐에 구멍 내고 글루 바른다고 절연이 되는 게 아닙니다. 물 들어가면 양극이 합선되는 건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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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끝에 있잖아?^^ 커버 달린 방수 콘센트 구입.
비닐로 싸고, 실리콘을 발라서 절대 물이 안 들어가긴 하지만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서 방수 콘센트가 답. -
방수 콘센트는 비가 오거나 약간의 물이 들어 오지 않는 구조인데요. 목욕탕 같은 곳은 항상 습기가 있는 곳이다보니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보단 자체 결로 등에 의해서 습기 등으로 방수 콘센트도 100% 믿을 수는 없으니 항상 조심하는 게 최상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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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사합니다.^^ 이젠 아주 조심해야하겠지요.
그렇게라도 물이 스민 곳을 발견했으니
다행이지요. 우리 같은 문외한이 외관상 문제 없으면 해결하기가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