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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머신을 사용하며 때가 되면 해야할 일

 

커피 애호가들 중 핸드드립 커피(hand drip coffee)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의 맛을 즐기지 않고, 드리핑하는 과정 자체를 귀찮아하기 때문에 편리한 커피 머신을 사용한다. 그것도 중간에 손을 대야하는 반자동이나 수동 머신을 싫어해서 전자동 머신을 사용한다. 말이 자동 머신이지 이게 "커피 한 잔!"하고 말하면 커피가 추출되어 잔에 담기고 이걸 로봇이 배달해 주는 게 아니니 모든 자동 커피 머신들은 반자동이다. 최소한의 손길이 필요한... 

 

석회질(石灰質)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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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커피 머신 사용자들은 때가 되면 귀찮은 일을 해야한다. 귀찮으니 피하고 싶지만 피할 도리도 없다. 강제적으로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일은 바로 커피 머신 내에 축적된 석회질(石灰質, 산화칼슘-CaO) 제거이다. 석회질이 축적되면 석회석(石灰石, 탄산칼슘-CaCO3)이 되는데, 칼슘이 들어있는 무기화합물이다. 특별히 필터링을 하지 않은 천연수의 경우, 그 안에 미량의 칼슘과 마그네슘(대체로 탄산마그네슘인 MgCO3)이 섞여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물에 포함된 칼슘과 마그네슘의 작은 입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머신 내의 뜨거운 도관(導管)을 흐르면서 촉진되는 화학작용을 통해 합쳐지고, 침착(沈着)되고, 축적되어 돌덩이처럼 변한 것이다. 

 

이들 성분 중 칼슘은 각각 혈중 콜레스테롤을 종류에 따라 낮추거나 높이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역할을 하며, 마그네슘은 칼슘과 함께 뼈의 구성물이 되고, 그 세포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이 길항작용(拮抗作用)을 한다는 것이다. 생물체 내에서 동시에 작용하면서 서로의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다. 칼슘은 신경세포의 흥분을 유도하지만 마그네슘은 억제하며, 칼슘은 변비를 유발하지만 마그네슘은 설사를 유발한다. 

 

동네 친구 이름 같은 "경수와 연수"

 

칼슘이온 농도와 마그네슘이온 농도의 양을 120을 기준으로 경도가 높으면 경수(硬水), 낮으면 연수(軟水)로 부른다. 끓이면 이의 내용량이 변하여 끓는 물에서는 연수로 바뀌기도 한다. 경수는 비누가 잘 안 풀려서 세탁할 때도 안 좋고, 표백, 염색에도 부적당하며 특히 음식맛을 나쁘게 한다. 그에 비해 연수는 부드럽고,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서 좋다. 경수는 뭔가 무거운 입맛과 쓴맛(마그네슘의 독특한 맛)이 느껴지고, 특정의 성분이 많이 포함된 것이기에 그 성분이 가진 단점이 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수는 몸에 흡수가 잘 안 되고 위나 장에 부담을 주기에 요리엔 당연히 연수를 사용하는 것이 맛을 잘 내는 비결이다. 커피도 경수를 사용하면 커피 본래의 맛을 찾기 힘들다. 좋은 향기가 사라지고, 커피 특유의 좋은 쓴맛이 거칠고, 텁텁한 뒷맛을 지니게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거기 더해서 경수는 노폐물 배출이 안 되니 해독(detoxing)을 방해하기도 한다. 

 

낙숫물이 댓돌을 파고 든다는 비유와는 반대편에서 물에 포함된 이 극미량의 칼슘과 마그네슘 성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커피 머신 내의 파이프와 호스에 쌓여 돌덩이처럼 굳어버린다. 이런 석화(石化) 과정을 통해 커피 머신을 망가뜨리고, 커피의 좋은 맛을 해치게 된다. 그래서 이들 성분은 필히 제거되어야한다. 그럼 언제 석회질 제거를 해야할까? 커피 추출 시 많은 증기가 발생하고, 추출 준비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며, 추출량이 줄어드는 때이다. 그 때가 머신의 도관에 쌓여 돌이 된 석회질을 제거해야할 때이다. 전엔 그 시기를 감지하는 사용자의 센스가 있어야 했지만 요즘의 자동 머신들은 그 시기를 알려준다. 이는 머신의 종류, 사용하는 물의 특성, 추출 횟수 등 다양한 변인에 의해 결정되나 이들 무기물의 침착 정도를 계량하여 세척 시기를 알려줄 만큼 스마트한 머신은 없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가장 편한 방법이 몇 잔을 추출했는가 숫자를 세다가 특정 숫자에 달하면 알림을 보내는 것이다. 가정용 커피 머신의 경우, 대략 300-400잔 정도 추출하면 석회질 제거 통보를 하는 듯하다. 

 

배려가 깃든 제품이면 좋겠는데...

 

대개의 커피 머신들은 스위치를 켜면 물을 데우는 짧은 준비기간을 거치며 소량의 뜨거운 물을 배출하면서 이런 무기물 성분과 직전 커피 제조 중에 남은 커피 잔유물을 토해낸다. 하지만 맑은 물이 약간 갈색으로 변해 토출되는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건 후자 뿐이다.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극미세 입자는 거의 제거되지 않는다. 어떤 머신들은 아무 설명 없이 석회질 제거는 두 달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한 번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건 뜬금 없는 소리고, 이런 기계를 보면 그에 대한 신뢰감이 사라진다. 

 

어쨌든 요즘 커피 머신들은 석회질 제거를 해야할 때를 알려준다. 자동 머신을 사용하다 보면 약간의 꼼지락임도 귀찮게 게을러지는데, 그 알림을 받으면 살짝 짜증이 나게 된다. 필요성은 인정하나 당장 커피가 그리운 참에 강제적으로 20-30분이나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이 알림을 받은 상태에서는 석회석 제거를 안 하면 머신이 작동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이에 대비해서 이 알림이 있고도 세 번 정도 카운트해 가며 급한 대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하는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카페인이 당길 때는 당장 그걸 해결해주는 머신이 배려가 깃든 제품이 아닌가 말이다. 근데 이런 머신은 본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커피 머신들의 심장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다. 국산 커피 머신들도 내부를 뜯어보면 모두 이탈리아제의 추출기이다. 그러므로 이 제품들이 권장하는 석회질 제거 시기는 물에 석회질이 워낙 많이 포함된 유럽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우리나라의 천연수처럼 석회질 함유량이 적은 연수에서는 그 빈도가 적어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적시(摘示)하고, 석회질 제거의 빈도를 조절할 수 있는 머신은 본 일이 없으니 강제적인 머신의 조치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게 아쉬운 일이다. 상기한 두 가지 기능의 구현은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다. 머신 내의 롬(ROM)이 간직하고 있는 컨트롤 프로그램의 자바 스크립트 몇 줄을 바꿔주면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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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킹과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며 친해졌던 시트릭 애시드(citric acid)

 

석회질 제거는 이를 녹여내는 제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커피 머신 제조사나 다른 업체에서 판매하는 전용 제거제를 사용하면 된다. 또한, 식초나 레몬 주스와 같은 식품용 산성 물질을 사용하여 석회질을 제거할 수도 있다. 각 회사는 자사의 석회질 제거제(대략 250ml-300ml 용량)를 판매한다. 그건 구연산(枸櫞酸-citric acid, C6H8O7)을 적당한 농도로 풀어놓은 산성의 물이며 1회 세척시에 한 병을 다 사용한다.(citric의 citrus는 감귤을 의미하고, 한자 "枸櫞"은 레몬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 대신에 마트 등에서 베이킹 소다와 함께 친환경 살균제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연산을 구매하여 이를 물로 희석시켜 사용하면 된다.(구연산은 맛과 향, 그리고 식품 보존 용도의식품첨가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산 선분이다.) 아니면 식초 등의 산을 커피의 물 탱크에 적당량을 넣어 세척하면 된다. 대신 식초(아세트산)를 사용하면 이것이 머신 내부의 철제 파이프나 비닐 호스를 손상시킨다고 하지만 식초 원액을 붓고 방치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펌프가 없는 필터 커피 머신은 관이 두껍기에 식초를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단 염산이나 황산과 같은 강산을 사용하지는 않아야 하는데, 굳이 이런 화학제를 사용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플로리다 오렌지에서 추출한 구연산은 시트러스 클리너(citrus cleaner)라는 이름의 citric acid로 인라인 스케이트 바퀴 안에 들어간 베어링을 청소해 주고, 스키 밑바닥의 왁스를 제거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물질은 천연성분의 휘발성이 강한 디그리서(degreaser)이자 용제이므로 커피 머신 도관 청소를 시도하다가는 비닐 호스를 포함한 플라스틱 도관까지 녹여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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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보고도 석회질 제거를 게을리할까?

 

석회질 제거에 걸리는 시간은 머신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분에서 30분 정도이다. 그건 구연산을 이용한 석회질 제거와 함께 맑은 물로 도관 내의 잔존물을 헹구는 전과정에 걸리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는 세척 및 제거제인 구연산을 포함한 탱크의 물은 빠르게 데워지고 뜨거운 산성의 물이 머신 내의 파이프와 호스 관로를 따라 흐른 후 온수와 증기를 배출하는 출구로 배출된다. 이런 1차 과정에 이어, 헹굼 과정이 시작되는데 이 때 물탱크에 깨끗한 물을 다시 채워야 한다. 2차 과정이 종료되면 물 배출이 중단되며, 머신은 다시 사용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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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질의 제거가 주는 정신적인 만족감

 

어쨌든 오늘 커피를 마시려다 석회질 제거 통보를 받았고, 훌륭히 그 기능을 수행했다. 제거 과정에서 배출된 뿌연물을 보면서 마음마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 후의 헹굼과정에서 초기에 생긴 흰 거품, 그 후에 배출되는 맑은 물을 보니 더운 날씨에 뜨거운 물을 보면서도 마음은 정갈해지고, 역설적 시원함이 느껴졌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정신으로 열을 열로 다스리고자 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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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고 지치니 달콤한 커피가 필요하다. 휘핑 크림을 엄청나게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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